QANDA AX

회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설계한다

Company World Model을 만드는 이유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나는 이 문장에 완전히 동의한다. 내가 경험하는 세계는, 내게 도달하는 표상의 합이다. 같은 서울에 살아도 물리학자와 건축가와 요리사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무언가를 공부하면,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표상이 더 정교해지고 더 아름다워진다. 미적분을 배운 뒤에 보는 포물선은 배우기 전의 포물선과 다른 대상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표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그 방향이 나를 교육으로 이끌었다. 학생 한 명의 표상을 더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면, 그 학생이 살아갈 세계 자체가 달라진다. QANDA를 만든 이유가 거기 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 — 회사의 World Model을 만드는 일 — 은 그 추구의 연장선이다. 학생의 표상을 넓히는 일에서, 조직의 표상을 넓히는 일로. 방법이 달라졌을 뿐 방향은 같다.

회사의 표상은 흩어져 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의사결정이고, 의사결정의 질은 결국 CEO가 가진 표상의 질에 달려 있다. 그런데 그 표상은 늘 불완전하다.

지난달, 회의에서 내가 한 달 전에 직접 내린 결정을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니라, 그 결정의 맥락 —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어떤 데이터를 봤는지, 누가 반대했는지 — 이 증발해 있었다. Notion에 기록은 있었지만, 그걸 찾아 읽고 맥락을 복원하는 데 20분이 걸렸다.

조직은 충분히 복잡하다. 22개 역할, 4개 사업부, 3개국. 엔지니어링팀이 만드는 것과 마케팅팀이 말하는 것 사이에 갭이 생기고, 제품팀이 결정한 것과 고객이 경험하는 것 사이에 시차가 생긴다. 정보는 Slack, Notion, Google Drive, GitHub, Linear에 흩어져 있고, 각 시스템은 자기 문법으로 말한다.

이 상태에서 CEO의 머릿속 표상은 불가피하게 편향된다. 가장 최근에 들은 이야기, 가장 큰 목소리, 가장 가까운 팀의 관점이 과대 대표된다. 나머지는 노이즈 속에 묻힌다.

Harvey와 Block이 같은 것을 보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두 편의 글이 나왔다.

Jack Dorsey와 Sequoia의 Roelof Botha는 "From Hierarchy to Intelligence"에서 Block이 계층 구조를 해체하고 "지능으로서의 회사"를 만들고 있다고 썼다. 핵심은 Company World Model — 회사의 모든 운영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 — 이 관리자가 하던 정보 라우팅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In a remote-first company where work is already machine-readable, AI can build and maintain that picture continuously. What's being built, what's blocked, where resources are allocated, what's working and what isn't. That's the information the hierarchy used to carry. The company world model carries it instead.

Jack Dorsey & Roelof Botha

Harvey의 Gabe Pereyra는 "Legal is Next"에서 내부 에이전트 시스템 Spectre를 공개했다. 인시던트, 버그 리포트, 고객 피드백, Slack 메시지를 기반으로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In practice, Spectre is the beginning of a company world model: a live picture of what is happening inside Harvey and what needs to happen next.

Gabe Pereyra

두 글의 핵심은 같다. 회사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계층이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을 시스템이 대신할 수 있다. Block은 수천 명 규모에서, Harvey는 수백 명 규모에서 이 전환을 시작했다.

우리도 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

규모는 관계없다

Block과 Harvey의 글을 읽고 "우리는 규모가 다르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CEO가 부딪히는 문제는 규모와 무관하게 같은 종류다.

제품팀이 화요일에 결정한 프리미엄 정책을, 마케팅팀이 목요일에 다른 버전으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Notion에 정책 문서가 있지만 마케팅 담당자의 에이전트는 그 문서를 모른다. CEO인 내가 직접 "마케팅팀, 화요일 결정 봤어?"라고 Slack을 치면 해결된다. 하지만 이건 내가 정보 라우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잊으면 라우팅이 안 된다.

이게 계층의 본질이다. 로마군이 데카누스를 둔 이유, 프로이센이 참모부를 만든 이유, 20세기 기업이 중간 관리자를 고용한 이유가 모두 같다. 사람의 머리로는 8명 이상의 맥락을 동시에 들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QANDA는 가장 많을 때 350명이 넘었고, 자회사를 포함하면 지금도 150명이 넘는다. 이 규모에서 사람이 정보 라우팅을 담당하는 건 이미 한계를 넘는다.

수천 명 조직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파일럿을 돌리는 사이에, 우리는 나를 비롯한 소수의 팀이 직접 시스템을 설계하고 전사에 적용할 수 있었다. 규모의 불리함이 아니라, 실행 속도의 유리함이다.

회사의 기억을 설계한다: Wizard Memory

우리가 만들고 있는 시스템의 이름은 Wizard Memory다. Block이 말하는 Company World Model과 같은 것이다. 다만 우리는 처음부터 "world model을 만들겠다"고 시작하지 않았다. 실용적인 문제를 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시작은 단순했다. 올해 초 전사에 Claude Code를 도입하고 Wizard라는 harness를 만들었다. 에이전트가 일을 하려면 맥락이 필요한데, 그 맥락이 Slack, Notion, Google Drive, GitHub에 흩어져 있었다. 에이전트에게 "우리 프리미엄 정책이 뭐야?"라고 물으면 모른다고 답했다. 당연하다. 가르쳐준 적이 없으니까.

처음에는 CLAUDE.md에 정책을 적었다. 10명까지는 이게 통한다. 하지만 정책이 늘고, 팀이 늘고, 결정이 쌓이면서 CLAUDE.md는 감당할 수 없는 크기가 됐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문서가 아니라 기억 시스템이다.

기억의 구조

Wizard Memory는 회사의 지식을 네임스페이스로 분리한다.

핵심 설계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기억은 스스로 쌓여야 한다. 사람이 수동으로 입력하는 기억은 결국 업데이트가 멈춘다. Wizard Memory는 Ingester라는 수집 파이프라인을 통해 Slack, Notion, Gmail, 외부 소스에서 지식을 자동으로 추출한다. LLM이 원본 데이터를 분류하고, 지식이면 Memory에 적재하고, 이상치면 Linear 태스크로 자동 생성하고, 실시간 데이터면 MCP로 온디맨드 연결한다.

둘째, 기억은 무결해야 한다. 같은 내용이 중복 저장되면 노이즈가 된다. 과거 정책과 현재 정책이 모순되면 에이전트가 잘못된 판단을 한다. Wizard Memory는 새 기억이 들어올 때마다 벡터 유사도로 중복을 감지하고(O(N log N)), 관련 노드와의 모순을 탐지한다(Top-K 범위 한정). 모순이 감지되면 사람에게 검토를 요청한다. 기억의 무결성을 시스템이 보장하는 것이다.

셋째, 기억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불러와야 한다. 제품 정책을 검색할 때는 최신 결정이 우선이어야 한다. 비즈니스 관계를 검색할 때는 과거 히스토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같은 기억 저장소에서, 질문하는 맥락에 따라 다른 기억이 떠오르도록 설계하고 있다. 네임스페이스마다 검색 로직을 다르게 가져가는 방향이다.

회사의 감각기관

Wizard Memory가 회사의 장기 기억이라면, 감각기관은 그 기억을 채우는 입력 채널이다. 회사의 감각은 하나가 아니다. Slack에서는 팀 간 논의와 의사결정이 흐르고, Notion에는 정책과 기획이 쌓이고, Gmail에는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오간다. Ingester가 이 모든 채널을 순회하며 지식을 추출하고 Memory에 적재한다.

이 감각 채널 중 하나가 QDP(QANDA Data Platform)다. QDP는 제품이 사용자와 만나는 접점 — 스크린, 이벤트, 메트릭 — 의 정의를 관리하는 SSOT(Single Source of Truth)다.

Block이 "돈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신호"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학생의 학습 행동이 가장 정직한 신호다. 어떤 문제를 풀었고, 어디서 막혔고, 얼마나 머물렀고, 다시 돌아왔는지. QDP는 이 신호를 정의하고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Slack과 Notion이 "회사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를 감지한다면, QDP는 "사용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감지한다. Memory가 "우리가 무엇을 결정했는지"를 기억하고, 감각기관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달할 때, 에이전트는 비로소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세 가지가 합쳐질 때

Memory(기억) + 감각기관(Slack, Notion, QDP, 외부 소스) + Wizard(행동). 이 레이어들이 합쳐지면 Block이 말하는 Company World Model이 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겠다.

목요일 아침, 리더십 위클리를 준비한다. Wizard가 이번 주 Slack의 주요 논의, Notion의 의사결정 기록, GitHub PR 현황, 마케팅 지표를 Memory와 QDP에서 끌어온다. 지난주 회의에서 "프리미엄 전환율을 3%p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번 주 QDP 데이터를 보니 오히려 1%p 떨어졌다. Memory에서 관련 PRD를 찾아보니 이번 주에 적용된 UI 변경이 있다. Wizard는 이 맥락을 종합해서 "UI 변경 이후 전환율 하락, 원인 분석 필요"를 아젠다로 제시한다.

이 일을 예전에는 내가 했다. Slack을 뒤지고, Notion을 열고, 대시보드를 확인하고, 머릿속에서 맥락을 조합했다. 매주 목요일 아침 2시간. 지금은 시스템이 한다. 내가 하는 일은 Wizard가 만든 아젠다를 읽고, "이 해석이 맞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게 Block이 말하는 "사람은 엣지에 선다"의 의미다. 정보를 모으고 라우팅하는 일은 시스템이 하고, 사람은 판단의 순간에 개입한다. 어떤 규모의 회사에서도 이 구조는 작동한다.

표상의 확장

다시 쇼펜하우어로 돌아간다.

개인이 공부를 통해 표상을 정교하게 만들듯이, 조직도 시스템을 통해 표상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Wizard Memory에 축적되는 의사결정 이력은 조직이 "왜 이렇게 했는지"를 기억하게 한다. QDP가 추적하는 사용자 행동 데이터는 조직이 "사용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감지하게 한다. 이 둘이 합쳐지면 조직의 세계에 대한 표상이 깊어진다.

QANDA를 시작할 때 나는 학생의 표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다. 미적분을 이해한 뒤에 세상이 달라 보이는 그 경험을, 더 많은 학생에게 주고 싶었다. 지금은 같은 일을 조직 수준에서 하고 있다. 회사가 자기 자신과 고객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면, 그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교육을 만들 수 있다.

Company World Model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다. 조직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이다.

모든 회사가 이 질문을 받게 된다

Jack Dorsey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회사는 진정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무엇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 이해는 매일 더 깊어지고 있는가?

Jack Dorsey & Roelof Botha

답이 없다면, AI는 비용 절감 이야기일 뿐이다. 답이 깊다면, AI는 회사가 실제로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Harvey는 법률 도메인의 사건 기록과 판례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Block은 수백만 건의 거래 데이터에서 찾고 있다. 우리는 학생의 학습 행동과 교육 콘텐츠의 효과에서 찾고 있다. 각자의 도메인은 다르지만, 만들고 있는 것의 구조는 같다.

2,000년간 조직은 사람을 통해 정보를 라우팅했다. 데카누스가 8명의 맥락을 들고, 켄투리온이 80명의 맥락을 들고, 레가투스가 5,000명의 맥락을 들었다. 지금 우리는 처음으로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100명이든 1,000명이든 10,000명이든, 질문은 같다. 당신의 회사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만들고 있다.

조직의 World Model을 함께 설계합니다

QANDA AX는 에이전트 아키텍처 설계부터 Memory 시스템 구축, 임직원 AI 교육까지 함께합니다.

도입 상담 신청